오늘은 저번 편에 이어서 전철에 대해서 공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다룰 전철은 'da-'라는 전철입니다. Da라는 단어는 독일어에서 아마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쓰임이 많은 단어에요. 한 번 영독 사전을 찾아볼까요? 첫번째 의미는 there입니다. 두번째 의미는 here입니다. 네, 어이가 없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말도 안 되지만 da는 '여기'도 되고 '저기'도 됩니다. 세번째 뜻을 보시게 되면 then입니다. 네번째 의미는 because입니다. 네... 어렵네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쓰임이 다양하고 말도 안 되는 단어들을 일일이 용법마다 한국어와 일대일 매칭하시게 되면 굉장히 골치 아파 집니다. 이런 단어일 수록 더 정확하게 알아놔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Da의 기원은 고대 인도유러피안어에요. 그건 언어학자들이 연구할 문제니까 자세히 알 필요는 없고, 여튼 예전에는 dar- 라는 형태로 있었고 영어의 there과 then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죠. The하고도 연관이 되어 있구요. Dar라는 원형태는 darauf, darunter등의 단어에 현재에도 남아있기도 하구요. 어찌됐든 사람들은 r이 빠진 da라는 형태에 적응했고 오늘 날에는 엄청나게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원래 관련이 있던 there의 의미가 있습니다.
· Das Kino ist da hinten.(그 영화관은 저기 뒤에 있어요)
· Letzten Sommer war ich an der Ostsee. Aber da war es mir zu voll.(지난 여름에 나는 Ostsee에 있었어요. 그런데 거기는 너무 붐볐어요)
자, 제대로 이해해 볼까요? 첫번째 da는 어떤 제스쳐가 동반되어야지만 말이 됩니다. 예를 들어 검지손가락을 들어 어떤 곳을 가리키며 말한다면 이해가 되지요. 별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행동에 따른 구어적인 보충일 뿐이죠.
두번째 예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의미를 가지네요. 화자는 Ostsee를 다시 말하고 싶지 않아서 간단하게 da 라고 말합니다. 대명사로써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이 두 예시에서 쓰인 da의 용법이 크게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둘 다 영어의 there의 뜻을 차용한 것이거든요. 다만 첫번째는 진짜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 있을만큼 가까운 곳에 대상이 있었던 것이고 두번째는 너무 멀었던 차이일 뿐이지요.
독일어 전철 da의 기본 이미지를 '검지 손가락으로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잡고 있으시면 됩니다.
이제 영어의 there과 독일어의 da의 차이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합시다. 만약 완전히 똑같았다면 이 글을 쓸 필요가 없었겠죠? 영어의 there에 대해서는 여러분들도 이미 많이 알고 계시니까요.
일단 위치에 관련되서 말하고자 한다면 크게 3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근원 ( 어디로부터 왔는가?)
2. 현재 위치
3. 목적지 (어디로 향하는가?)
조금 독일어를 공부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독일어에서는 이 세가지 분류를 철저하게 구분합니다. hin과 her를 보시면 잘 알 수 있지요. 하지만 영어는 상대적으로 이것에 관련해서 신경쓰지 않는 편이지요. 어떨 때는 표현해주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생략해버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목적지에 대해서 물었을 때 독일어에서는 hin을 항상 붙여 줘야 합니다. ich gehe da 라고 하면 틀린 말이 되는 것이지요. Ich gehe dahin이라고 표현해야 맞는 표현입니다.
· Im Park ist ein Konzert. Thomas ist da.(공원에서 공연이 있어요. 토마스는 그 곳에 있습니다.)
· Im Park ist ein Konzert. Thomas geht dahin.(공원에서 공연이 있어요. 토마스는 그곳으로 갑니다.)
위의 예에서 분명하게 보여지네요. 하지만 주의해야 될 점이 있습니다. 오직 da만 there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지요.
Da vs dort.
이 두 단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사실 dort는 예전에 종착지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 Ich gehe dort…
(이건 당시에는 맞았지만 오래전에 사라졌어요. 지금은 완전히 틀려요)
· Ich gehe dorthin… is correct now
(이게 현재로썬 맞아요)
어쨌든 언어가 변화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dort는 원래의 의미를 잃어버렸어요. 오늘 날에는 두 단어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말하기란 어려운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da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을 지칭하는 반면에 dort는 약간 먼 곳을 지칭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 Marie war letztes Jahr in Autralien. Sie hat da/dort als Au Pair gearbeitet.(마리는 작년에 호주에 있었어요. 그녀는 거기에서 오페어로 일했습니다.)
이 문장에서는 da 와 dort 둘 다 쓰여도 어색하지 않아요. 하지만 차이점을 찾자면 dort는 지리적인 측면만을 다루는 대신에 da는 좀 더 멀티플레이어라는 점이 있겠네요. 그러니까 dort가 쓰이는 곳에는 da가 무조건 쓰일 수 있지만, da가 쓰이는 곳에 dort를 집어넣으면 이상해지는 문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Da as here.
아까 사전을 찾아봤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da가 there 이외에도 here의 뜻이 있을 수 있다라고 했었죠. 자, 학교에서 교수가 수업을 하는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어느 날 정식교수(Hans)가 나오지 못 해 대체교수가 수업을 하게 됩니다.
§ “Hans ist heute nicht da, ich bin seine Vertretung.”
(한스는 오늘 여기에 없어요. 제가 오늘 그의 대체자입니다.)
이 문장을 보면 da가 영어의 here의 의미를 갖는 것처럼 보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there과 대조되는 뜻인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정말 da는 here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두 사람이 스프를 먹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한 사람이 스프냄비를 보더니 말합니다.
§ “There is still a little vegetable broth (left). Would you like some more?”
“Oh yes, you bet I do.”
§ “Es ist noch ein bisschen Gemüsebrühe da. Willst du noch was?”
(야채스프가 좀 남았는데 더 먹을래?)
“Oh ja, auf jeden Fall.”
(응, 당연하지!)
여기를 보면 영어로 there가 쓰이고 독일어로 보니 같은 역할로 da가 씌였습니다. 자, 다음 예도 한 번 봅시다.
§ “Thanks for making me vegetable broth honey!”
“Hey… you know I’ll always be there for you, don’t you.”
§ “Danke, dass du mir Gemüsebrühe gemacht hast Schatz!”
(자기가 날 위해 야채스프를 만들어 주다니, 고마워요!)
“Hey, du weißt doch ich bin immer für dich da.”
(난 언제든지 네 옆에 있을게!)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there의 역할로 da가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의미상으로 본다면 there가 아니라 here가 쓰여야 맞습니다. 야채스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고, 애인을 위해 있어야 할 곳은 멀리가 아니라 바로 옆이기 때문이죠.
자, 여기에 주목해본다면 영어에서도 there이란 것이 here의 대조되는 '저기'라는 말이 아니라 there is의 용법으로 '존재하다'라는 뜻을 나타냄을 알 수 있어요. 여러분들도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죠.
그래서 da의 두번째 용법으로는 there의 두번째 용법인 존재하다로 기억하셔야 됩니다.
§ Thomas ist/war nicht da.
§ Thomas isn’t here.
§ Thomas wasn’t there.
§ Thomas is/was not present.
§ Ich bin gleich da.
§ I’ll be present right away (lit.)
§ I’ll be there right away.
§ Sind wir schon da?
§ Are we there yet?
§ Weihnachten ist da.
§ Christmas is here.
간단한 문장들이라 따로 번역하지는 않겠습니다. 이 정도는 구글번역기도 충분히 무리없이 작동할 것이라 믿습니다. 위의 예들에서 알 수 있듯이, da는 there인지 here인지 따로 말해주지 않습니다. 대신 문맥이 우릴 위해 그것을 구별해주죠. 또한 이 두번째 존재하다라는 용법을 이용한 자주 쓰이는 단어가 하나 있는데요.
§ Das Dasein als Star ist nicht immer leicht.
(스타로 존재한다는 것은 항상 쉬운 일이 아니다)
§ Being a star (the existence as a star) isn’t always easy.
자,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da는 모순되는 두 가지 뜻을 가진 게 아닙니다. 영어의 there과 마찬가지로 어떤 때는 특정 위치(저기)를 지칭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존재하다라는 뜻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오셨다면 의문이 드는 점이 있으실 겁니다. 네, 바로 es gibt 용법인데요. 영어의 there is 를 떠올려 보면 독일어의 es gibt가 떠오르실 겁니다.
§ Es ist noch Suppe da.(스프가 여전히 남아 있네)
§ Es gibt noch Suppe.
둘 다 사용가능하다라고 말해야 겠네요.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자연스럽게 들리기는 하지만, 하나가 확실히 틀렸다라고는 말 할 수 없어요. 다만 문장에서 이미 위치에 대한 다른 요소가 있다면 da 대신 es gibt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으로 더 흔합니다. 그렇다고 항상 그런 것은 아니구요... 네,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언어란 게 그런 거죠 뭐....
§ In Berlin gibt es viele viele viele Bäume.
§ In Berlin, da sind viele Bäume.
첫번째 문장이 더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헷갈린다면 이렇게 정리해봅시다. da라는 단어는 '어떤 위치에 존재하는 것, 그 위치에 대한 정보는 문맥이 알려줄 것입니다' 반면에 es gibt는 위치 정보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이지요. 즉, 다른 단어가 위치에 대해서 이미 말해준다면 da라는 단어로 중복해서 말할 필요가 없이, es gibt를 사용하고, 위치 정보가 필요하다라고 느끼면 da를 쓰면 되겠네요.
네, 여기까지 da part1을 마치겠습니다. part2에는 더욱 중요한 내용이 나올겁니다.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계시는 종속절을 이끄는 접속사로써의 역할과 전치사들과 결합해서 사용되는 용법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