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도 판검사는 되지 못 했지만 나름 황새 따라가려고 노력한 끝에 서울에 소재한 그저 무난한 대학교에 다니게 됐습니다. 사실 경영학과는 먹고사니즘에 입각한 선택이었지만 당시에는 팀플레이에 적합한 협동력을 지닌, 셈에 밝은 문과생으로서 완벽한 적성콜라보라는 허무맹랑한 최면을 스스로에
게 걸었었죠. 그렇게 술의 도움을 빌어 환상에서 깨어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던 대학 신입생 시절은 군입대로 인해 한 순간에 깨어집니다.
강원도에는 쓰레기가 하늘에서 내린다. 멧돼지가 호랑이만 하다, 나방이 팅커벨이라더라 하는 말들은 선생님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말보다 훨씬 현실에 가까웠습니다. 가끔 눈 덮인 아름다운 태백산맥을 바라보며 나는 춥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언을 떠올리기도 했죠.
아, 참고로 저는 고등학교 때 영어를 잘 하던 친구에게 열등감에 사로 잡혀 알지도 못 하던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군대전역하고 무조건 가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을 잊지 않고 시행한 사람입니다. 역시 저는 호주워킹홀리데이는 청춘의 특권, 세계를 누비는 열린 청년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호주 땅을 밟았지만 아시다시피 호주워홀 다녀온 여자랑은 결혼도 하지 마라, 제가 태어나 자란 시골보다 더 시골인 곳에서 양파나 감자를 따는 남자들, 대충 살다 인생역전을 노리고 카지노에서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더 현실인 것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런 안 좋은 시선 속에서도 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보았고,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걸 통해서 진정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사는 사람들도 보았다는 점입니다. 난생 처음 사회초년생 치고는 큰 돈도 만져보고, 반복된 회사생활에 지치다 보니 나는 누구인가, 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가 걱정이 되더군요. 다행스럽게도 곧 축구로 먹고 살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이 스쳤고, Why not?을 외칠 수 있을만큼 젊었습니다.
----Ep.3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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