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우연한 계기로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워낙 많이들 가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청학동 버금가는 촌에서 태어난 내츄럴 본 촌놈이 저에게는 꿈 꿀 상상조차 못 했던 외국생활을 현실로 이루어 주게 할 획기적인 방법이었죠. 고1 때 처음 알게 되었고 그 후로 막연히 군대를 갔다오자마자 가야겠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는데 군대 말년부터 정말로 준비를 해서 호주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되었어요. 마음만 일찍 먹었지 막상 군대 사지방에서 대충 검색해보고 전역하자마자 3개월 빡세게 눈코 뜰 새 없이 일만 해서 6백만원 들고 간 거라 가서도 좌충우돌 많이 했습니다만, 운이 좋게도 좋은 직장에서 일해서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여행을 통해 좋은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완전 시골 깡촌에서 태어난 제가 선진문명을 접하니 눈 돌아가더라구요. 대학교때문에 갓 서울에 상경했을 때보다 더 심한 컬쳐쇼크를 겪었습니다. 수려한 자연환경과 나이스한 사람들, 친환경적이지만 편리한 계획도시에서의 삶,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남을 돕는 것을 미덕으로 삼으며 진정 즐기면서 사는 삶들을 옆에서 보면서 한국에서 죽도록 공부하고 일하고 스트레스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던 삶에 회의가 느껴지더라구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현실적인 벽(봉급, 사회적명예, 진입장벽 등등)에 막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 마냥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저는 축구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힘든 일상과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벗어버리고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하나되어 즐기는 축구문화에 한 부분이 되고 싶어요. 축구를 통해 흥분과 열정,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에 정말 흥미로워요. 저 또한 축구를 보면서, 혹은 직접하면서 행복함을 느끼구요. 저와 마찬가지로 한국에는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를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알아본 바로는 우리나라의 축구계는 너무 후진적이고 폐쇄적이며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전 축구전문가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행복한 가정을 꾸려서 좋은 남편, 좋은 아빠 동시에 좋은 아들과 동생이자 오빠가 되고 싶습니다. 예체능을 전공으로 한다고 해서 무식할 것이라는 편견 어린 시선을 받기도 싫고(비록 제 자존감과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것이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하더라도, 그렇게 스스로 판단하는 것과 남들이 그렇게 바라보는 것 그 자체는 별개입니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과 부당한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의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내가 한 노력만큼의 정당한 보수를 보장받고 싶었으며, 충분한 여가시간의 확보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으나 한국에선 정말이지 그런 축구인으로서의 미래를 그려보기 힘들었습니다.
아마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저와 비슷한 심정일거에요. 진심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구요. 전 이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용기내지 못 하는 게 당연하다구요.기성세대들은 진정 무엇인가 하고 싶다면 Why not?? 잃을 게 없다고 뛰어들라고 하지만, 제 생각은 아니요, 잃을 것이 많아요. 대학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워킹홀리데이를 가던 23살의 젊은이에게도 워킹홀리데이는 시간낭비라는 진심어린 조언들이 쏟아집니다. 왜 낭비일까요. 한국에선 그 시간에 토익점수를 높이고, 봉사활동을 하고(비록 이것 자체는 바람직하다할지라도, 수단으로써의 봉사활동을 의미합니다), 학점관리, 대외활동을 모두 다 '좋은 직장에의 취업'때문에 해야하기 때문이죠. 진정 하고 싶다면 뛰어들라는 말에는 그것 빼곤 나머지를 모두 희생할 각오를 하라는 의미가 기저에 깔려있습니다. 왜 그래야 하죠? 저는 사실 그것이 필수불가결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남들은 어렵게 사는 데 너만 편하게 살려고 하느냐? 라는 의식이 당연시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지요. 제 생각엔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어요. 남들이 잘 사는 걸 인정해주고 진심으로 서로서로 도우면서 노력한다면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는데, 다들 물귀신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노력이 동반되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이루어져야 되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까지 죽을동 살동 공부했어요. 왜? 이렇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을 믿구요. 그렇게 모든 힘든 미션들을 완벽하게 완수했다면 행복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런가요? 전 단호하게 아니요 라고 말할게요. 한국의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란 건 인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모든 학생들에게 이루어졌던 그 잔인한 사기의 변명이 될 수는 없죠.
글을 쓰다보니 너무 흥분해서 다른 곳으로 새버렸네요. 여튼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 사기였다는 것이에요. 다른 차원의 세상이 있어요. 그건 돈을 적게 벌고 많이 벌고, 선진국이고 후진국이고의 차이가 아니라 상식이 통하고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어지는 그냥 지극히 평범하디 평범한 세상이에요. 전 그 곳 중 한곳으로 온 것이구요.
어떤 분들은 제가 사대주의에 빠져 버렸다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지극히 한국을 좋아합니다. 우리나라만큼 좋은 곳도 없어요. 지금은 좀 애매해졌다고는 하지만 4계절이 뚜렷하고 3면이 바다라 해산물도 풍부하고 맛있는 음식이라면 한국을 따라올 곳이 없어요. 스펙타클하게(여러 면에서) 많은 즐길거리도 있구요. 사회인프라도 여타 선진국보다 뛰어나요. 편리한 삶이라면 전 미국과 한국을 최고봉으로 뽑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죠. 돈이 많아야 해요. 돈이 많을려면 상식 선에선 좋은 직장에서 돈을 많이 벌어야 되는데 저를 비롯한 이른바 '흙수저'들이 이게 가능하냐 이거에요. 가능하겠죠. 젊은 청춘 다 바쳐 가족들과의 행복한 시간, 건강, 정서, 여가 다 버리고 공부->일 만 한다면요. 하지만 저는 저런 것들이 포기해버릴만큼의 적은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지 않아서 버릴 수 없었구요. 뭐 뻔뻔하고 욕심이 많다라고 한다면 받아들일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 가지면서 살고 있는 것을 전 봤다라고만 해둘게요.
굳이 독일이 아니어도 되요. 전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축구고, 축구라면 유럽, 그 중 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 온 것이지만 다른 분들이라면 잘 생각해보세요. 여러 나라들을 여행해봤지만 각기 다른 장점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느꼈어요.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분야들도 많이 있구요. 무작정 유학 또는 이민을 가라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옵션을 가지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이리저리 많이 샜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서없이 막 쓴 글이라 나중에 수정할 수도 있고, 횡설수설한 부분도 너그러이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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